나와 회사, 양방향 기대치 조절하기
커피챗을 하고, 원온원 미팅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맞추려는 노력에만 집중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그마저도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명확히 아는 경우는 조금 더 낫다. 회사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흐릿한 상태로 방향성 없는 노력과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꽤 자주 보았다.
기대치라는 것은 나와 회사 양방향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이 회사의 JD를 보고 지원한 이유가 있고, 이 회사에서 성취하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 물론 회사도 내가 기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있기에 나를 채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나와 회사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이 기대치가 비슷한 선상에 있어야 양쪽이 다 행복하다.
그럼, 이 기대치가 어긋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if ) 나의 역량보다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너무 큰 경우
내 입장에서는 노력의 최대치를 다했지만, 회사는 나를 낮게 평가하고 그에 따른 낮은 보상을 준다 생각하여 늘 아쉬운 마음으로 다니게 된다. 회사가 더 기대하는 것이 있나 보다 생각하여 애쓰다가 무리하고 지치기도 한다.
if )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회사가 나에게 주는 기회가 작은 경우
나로서는 늘 역량이 남는 일을 하다 보니 이 회사는 성장할 기회가 없는 곳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는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만든다.
회사가 돈을 주는 입장인데 나의 기대치를 반영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치를 조절하려는 시도를 통해 나와 회사가 서로 기대하는 것의 틈을 좁히고, 혹 좁혀지지 않더라도 회사가 나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방향성 없는 노력은 피할 수 있다.
나는 현재 회사에 입사 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2차 조직장인 나의 리더를 통해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바를 확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기대하는 바가 내가 기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확인 후, 수습 기간 동안 내가 달성할 목표를 액션 아이템과 함께 정리했다. 또한, 이 내용을 나의 리더와 다시 동기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여기에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도움과 고민도 포함되었고, 나의 리더는 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과 고민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려 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입사 후 첫 3개월 뿐만 아니라 그다음 3개월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나의 목표/기대치를 정리해서 리더와의 원온원에 가져갔다. 나는 이런 것들을 달성하여 회사에 기여할텐데, 과연 회사가 나 혹은 우리 팀이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또한, 나 역시 두 팀의 리더로서 나의 팀원들도 내가 나의 리더와 했던 이 과정을 동일하게 나와 해주기를 바랐다. 먼저 나에게 기대치를 가져왔던 팀원은 없었기에 내가 먼저 팀원들과의 원온원에 이 주제를 들고갔다. 이런 과정을 처음 겪어봐서 시도를 어려워하는 팀원들을 위해, 내가 직접 각 팀원에게 기대하는 것의 초안을 작성하여 가져가기도 했다. 그 초안을 바탕으로 함께 기대치 보정 작업을 하고, 이 기대치를 통해 팀원 각각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상기시켜 주려고 노력했다.
결국 나와 회사가 양방향으로 기대치를 조절한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나 혼자서 무슨 수로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알아내며, 회사는 나의 피드백 없이 무슨 수로 내 의중을 알겠는가.
중요한 건 기대치를 혼자 품고 있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회사가 기대치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그 창구는 중간 리더들의 역할이며, 나는 리더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대치를 조절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나와 회사가 어쨌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 양쪽 모두 건강한 성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