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으로 회의 비효율 제거하기

Mijeong (Rachel)
5 min readJun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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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종일 숨 가쁘게 일한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을 한 건지 잘 모르겠는 그런 날들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기분을 느끼며 회사를 나서는 날들이 꽤 자주 있다. 보통 캘린더에 회의가 빼곡하게 차 있던 날들이 그런 감각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회의’ 에 대해 곱씹어보게 됐다.

나는 평소에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많은 회의를 의미 있게 혹은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추적하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그렇게 회의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치는 일에 대해 스스로 갖는 질문과 기준이 생겼다.

회의 전, 3가지 질문하기

1. 회의를 주최하는 목적이 무엇이지?

보통 누군가 회의를 열고 사람들을 불러 모을 때는 분명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 회의에서는 여러 가지 해결책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결정하기도 하고, 특정 일을 할 것인지? 한다면 누가 언제 할 것인지? 결정하기도 하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회의는 가볍게 수다를 떨거나 목적 없이 서로의 생각을 나열하고 끝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회의를 주최할 때 생각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이 회의가 하나의 해결책을 찾기 위함인지,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인지 그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2. 이 회의는 ‘누구’ 에게 ‘왜’ 필요한 거지?

회의의 목적을 알았다면 이제는 ‘누구’ 에게 ‘왜’ 필요한 회의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종종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선택적 참여가 아닌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10명이 넘어가는 회의에 초대되면, 이 회의의 필요 여부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내가 회의를 주최하며 참여자를 선택할 때 스스로 던지는 질문은 ‘이 사람은 미팅에서 어떤 결과를 얻어갈 수 있지?’ 이다. 나에게 필요한 미팅이라고 관련 있을 것 같은 사람을 고민 없이 추가하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결과가 흐릿한 시간 낭비로 여겨질 수 있다.

‘누구’ 에게 ‘왜’ 필요한 미팅인지 명확해지면 사전 회의록을 작성하기도 수월하다. 회의의 목적과 참여자들의 관계가 명료하니 안건 작성도 깔끔해진다. 또한, 아래 이미지처럼 참여자들에게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사전 준비를 요청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회의 전, 사전 회의록을 공유하며 참여자들에게 준비 요청하기

회의 자리에서 서로의 생각을 모으다가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은 다음 회의로 미루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사전 준비를 적극 활용한다. 회의의 목적, 참여자, 회의록, 안건, 사전 준비를 마친 후 진행되는 회의는 소모적인 시간보다는 실속 있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의가 진짜 필요한 건가?

그런데 회의 목적도 명확히 하고, 사전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정말 회의까지 필요한 일인가?’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자연스럽게 회의를 진행하지 않고 비동기로 의견을 모으고 결론을 내는 형태로 변경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사전에 준비한 회의록 혹은 관련 문서에서 비동기로 서로 의견을 내고 결론을 내는 것으로도 충분한 경우도 있고, 당장 이 회의를 진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없는지 되물으며 한 번 더 회의의 필요성을 고민하고는 한다.

회의 중, 점검하기

사전 준비가 회의의 비효율을 많이 감소시켜 주지만, 나머지 비효율은 당연히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 나는 회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발언자의 입장과 경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2가지 기준이 있다.

발언자 입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의 이점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가?

회의에서 오가는 말은 주로 ‘설득’ 의 방향일 때가 많은데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바를 나를 기준으로만 전달하다 보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만 좋은 일을 왜 내가 해야 해?’ 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식의 대화는 공격과 방어의 형태로 시간이 허비될 수 있다. 상대의 이점을 기준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 중 하나이다.

경청자 입장: 발언자의 이야기가 회의의 목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가?

상대의 말을 듣고 있는데 회의 목적을 뾰족하게 만드는 의견이 아니라 오히려 확산시키는 발언일 경우 ‘중요한 의견은 맞지만, 회의 목적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는 말을 적절한 타이밍에 놓치지 않고 전하려 노력한다.

추가로, 회의의 마지막은 항상 액션 아이템 도출임을 잊지 말자. 모두 최선의 의사결정을 위해 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누가, 어떤 일을, 언제까지 할지 합의하는 것이 회의의 진짜 마지막이다.

회의 마무리는 액션 아이템 도출

마지막으로, 나는 계획된 회의 종료 시각 직후 항상 5분 ~ 10분의 시간을 확보해 둔다. 또 다른 회의와 쌓여있는 업무로 회의에서 나눈 의견과 결론이 기억 속에서 희석되기 전, 가장 또렷한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회의는 우리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뭘 회의 가지고 이렇게까지 고민해? 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결정과 소통을 위해 가장 빈번히 활용되는 도구이기 때문에 수동적 혹은 관습적으로 회의에 참여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회의 효율을 올릴 수 있을까 한 번씩 고민했으면 한다.

매우 사적인 의견이지만, 회의 준비/진행 진짜 잘하네? 라는 생각이 들게 한 동료는 다른 일들도 잘하는 경우를 왕왕 보고는 한다. (당연한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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