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 혼돈 속에서 만난 책

Mijeong (Rachel)
7 min readJul 8, 2023

무기력과 집중력 저하의 혼돈 가운데에 있을 때, 마침 이 책을 발견했다. 심리학 및 사회과학류의 콘텐츠를 영상, 텍스트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접하며 크고 작은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고 있을 시기라 ‘도둑맞은 집중력’ 이라는 단순하고도 직접적인 제목에 오히려 끌렸다. 멋진 말 좋은 말 대신 뼈 때리고 정신차릴 수 있는 말을 해줄 것 같아서.

제목에 끌렸던 또 다른 이유는, 현재 내 집중력의 상태에 그대로 이름을 붙여준 것 같아서였다. 산만하고 잘 집중하지 못하는 나의 상태를 내 의지의 문제로 바라보던 시기를 지나 또 다른 문제의 존재를 흐릿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둑맞은 집중력 — 출처 예스24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와 같은 고민(= 산만함,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음 등)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 작가의 경험에 이입할 수 있다. 내가 시도했거나 시도 예정인 것들을 대부분 시도한 작가의 시행착오와 지각은 흡입력이 있다. 그 경험은 특별하다기보다 일상에서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의구심,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공감이 더 쉬웠다.
  • 비교적 솔직하게 동의하는 내용과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을 모두 담았다. 예를 들면, 8장 ‘작고 얄팍한 해결책’ 에서는 <초집중>, <훅> 의 저자인 니르 이얄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의 의견에 전부 동의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솔직하게 담은 부분이 흥미롭다. 마침 이 책을 접하기 얼마 전 니르 이얄의 영상을 접했는데, 맞는 말을 하지만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 꺼림칙함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 집중력에 대한 문제를 개인과 사회, 양쪽에서 다룬다. ‘결국은 네 의지의 문제야’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다른 콘텐츠들과 달리 근본적인 해결은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는 거리가 있어보임은 여전하지만, 집중력에 대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확장된 건 반가웠다.
  • 개인적으로 재미있던 요소인데, 집중력 관련 다양한 콘텐츠에서 접한 전문가들이 다수 등장한다. 위에서 언급한 니르 이얄도, 지금도 책상 위에 자리 잡은 ‘몰입의 즐거움’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도. 처음으로 접했던 콘텐츠에 대한 나의 생각에 전문가의 더 구체적인 견해와 저자의 의견이 더해지면서 풍부해지는 경험이 좋았다.

<프롤로그> 우리 집중력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

p.24 개인차원에서 산만함으로 가득 찬 삶은 훼손된 삶이라는 것이다.

<1장>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

p.63 여러 증거에 따르면 전환에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은 더 느리고, 실수가 잦고, 덜 창의적이며 자신이 하는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p.65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다면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 나는 늘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한때는 다양하고 많은 일을 시간을 잘게 쪼개서 전환하며 완료하는 것을 잘 한다고 생각했다. 그 전환 비용이 버거워지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지나지 않아서였다. 지금은, 다양한 일을 바쁘게 전환하며 잘 한다고 착각했던 그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집중해서 했어야 했어!’ 라고 생각한다.

p.68 “우리에게는 본질적 한계가 있습니다.” 애덤이 덧붙였다. “그 한계를 무시하고 하고 싶은 일을 전부 해낼 수 있는 척할 수도 있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지요.”

<2장> 몰입의 손상

p.87 몰입상태에 빠져들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를 선택하는 것이다. (…) 몰입은 한 가지 사명에 모든 지적 능력을 쏟아 부을 것을 요구한다. (…)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을 해야한다. 이는 집중력에 관한 기본 사실이다. (…)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능력을 벗어나지는 않는 일을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 이 구절을 읽어내려갈 때에는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리더로서 팀원을 관리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특히 마지막 문장에서는.

<4장> 소설의 수난 시대

p.135 종이 위의 단어를 향해 바깥으로 기울었다가, 그 단어의 의미를 향해 내면으로 기우는 것을 오가는 매우 독특한 상태에 있지요. 독서는 “바깥을 향한 관심과 내면을 향한 관심을 결합하는 방법” 이다.

📌 책을 읽는 것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흔한 형태의 몰입 중 하나임을 이야기한다. 평소 종이책을 선호하는 내가 책을 읽을 때의 상태를 곱씹어보면 “바깥을 향한 관심과 내면을 향한 관심을 결합하는 방법” 이라는 말은 정말 찰떡이다. 종이에 쓰여진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도, 잠시 먼곳을 응시하며 이 단어와 문장을 통해 떠오르는 나와 경험에 대해 빠져들기 때문에.

<5장> 딴생각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말해주는 것

p.148 딴생각을 할 때 우리의 정신은 서로 다른 것들을 새로 연결하기 시작하며, 종종 이 과정에서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른다. (…) 딴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머릿속 시간 여행” 을 떠나 과거를 더듬고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 너무나 공감되는 경험 하나씩 있지 않을까?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하다가 ‘우선 씻자..’ 생각하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는 사이에 갑자기 번뜩이는 해결책 같은 것.

<8장> 작고 얄팍한 해결책

p.227 “내적 트리거는 불편한 감정 상태입니다.” 니르가 말했다. “핵심은 회피예요. ‘이 불편한 상태에서 어떻게 벗어나지?’ 가 핵심이죠.” 그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내적 트리거를 탐구하고 고찰해 그것을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227 “ (…) 우리는 습관을 바꿀 수 있어요. 그 방법은 내적 트리거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과 그 행동 사이에 일종의 틈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 니르 이얄의 의견이다. 집중력 문제를 회복하기 위해 개인의 관점에서 필요한 시도로는 공감한다. 나 또한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들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니르 이얄이 이야기하는 ‘일종의 틈’ 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테면, 방해 요소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 ‘지금 꼭 해야하는 일인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 부여하기 처럼.

📌 다만, 저자는 니르 이얄처럼 집중력의 문제를 모두 개인의 의지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나는 내 의지를 통해 집중력 문제가 회복되어 가고 있다고 여기지만, (작가의 조언처럼) 개인이 아닌 사회/세력 구조가 바뀌지 않음으로써 또 쉽게 집중력 문제를 겪는 나로 돌아가는 것 역시 경험했다.

p.236 사람들에게 이게 “꽤 쉬운” 문제라고, “그 방해금지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대다수의 삶의 현실을 무시하는 일이다.

p.241 우리의 집중력을 되찾으려면 물론 개인적 해결책을 취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다수가 이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고 있는 세력에 함께 맞서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에필로그> 집중력 반란

p.414 나는 몰입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자기 처벌적인 수치심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다.

📌 여전히 전환 비용을 줄이고 집중력 회복을 위해 세운 규칙들을 지키지 못하고 탄식을 내뱉는 일이 종종있다. 그때마다 자괴감 보다는 몰입할 수 있는 일(= 나에게는 ‘독서’ 혹은 ‘글쓰기’)에 바로 빠져든다.

모종의 이유로 혼란했고 변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득했으나 막상 행동하기를 미루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다양한 요소들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지만, 이 책은 분명히 ‘집중력’ 과 ‘몰입’ 을 위해 해야하는 일들을 구체화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우리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더 큰 세력 혹은 사회/경제 구조(=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변화를 위한 행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렵고 모호한 면이 많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가 이것임과 어렵고 느리겠지만 바꿀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는 것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도둑맞은 집중력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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