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형제들 베트남, 2년 반 그리고 퇴사 전 회고

Mijeong (Rachel)
8 min readApr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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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들, 베트남 프로덕트 팀 3개월 회고 글을 작성한 지 2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을 정도로 바쁘고 즐겁고 치열한 베트남에서의 시간을 보내온 것 같다. 이제 약 2년 반의 우아한 형제들 베트남에서의 시간을 정리하려 한다. 퇴사의 이유는 복합적이겠지. 어쩌면 지나친 애정으로 프로덕트와 동료를 대해왔기에 결코 단순할 수 없는 복잡도 높은 고민의 시간을 감내했으니. 이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 무엇을 남겼나 기록해본다.

일과 조직이 체계를 갖춰가는 과정을 경험했다.

나를 혹은 내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배민 베트남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에 합류하여 서비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에 함께했던 사람이다. 3개월 회고 글에서 이런 말을 했다.

빠르게 프로덕트를 빌드하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야 하는 환경이다. 그러기에는 철저하게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이었고, 오히려 이 상황이 나에게는 반가웠다.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서로가 각자의 역할을 구분 짓지 않고, 일이 되게끔 하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일을 찾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주어지는 환경이어야 가능하며, 그 속에서 개인은 성장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당시, 현재 팀은 그럴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말한 기저에는 동료들도 나와 생각이 비슷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능동적인 동료들과 한 팀으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버거운 순간이 빈번하게 찾아올 정도로 서비스의 성장은 예측보다 빨랐다.

서비스 오픈이라는 하나의 큰 목적 아래 기능 조직으로 일했던 초기 시절을 지나, 목적 조직으로 일과 조직의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에 함께 했던 것은 아마 나의 첫 경험이겠다. 목적 조직으로 변경 후에도 도메인과 책임 범위에 따라 여러 번의 조직 변경 과정을 거쳤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서비스의 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경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목적은 같다. 우리가 함께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팀원이 하나의 목적 아래에서 더 주도적으로 일을 끌고 갈 수 있도록 돕는 것.

크고 작은 일과 조직 체계의 변경을 거치면서 (중간 관리자인 나, 그리고 상위 관리자에게) 아쉬웠던 점은, 체계와 변경의 목적을 팀원에게 충분히 공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과정과 시도가 없었다는 말이 아니며, 그 시도 이후에도 1 on 1 미팅을 통해 팀원에게 꾸준히 일과 조직 체계에 대한 의문을 받아온 입장이기에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에 대한 고민이랄까.

큰 변화의 과정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고, 또 고민해볼 수 있는 과제를 품고 감에 한 번 더 감사하다.

나를 성장시킨 개발 팀원들과 함께했다.

회사 이메일 서명에서 나는 Backend Engineer Manager 라고 소개된다. 서비스 오픈 전에는 필요한 일을 찾아서 무엇이든 하는 환경이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서비스 오픈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겪으며 더 많은 동료와 일종의 체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백엔드 팀을 빌드하며 더 좋은 서비스를 함께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백엔드 팀은 많은 문제를 함께 개선해왔고 이 멤버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었음에 정말 감사하다.

숨이 찰 정도로 늘어가는 기능에 더럽혀진 코드 구조를 개선하고, 여전히 많은 외부 서비스와의 인터페이스 결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많은 데이터를 담고 있는 홈 화면의 지연을 극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캐싱 전략을 개선하고, 서비스의 핵심인 검색 정확도 향상 및 지연 감소를 위해 수차례 쿼리, 로직 및 전략을 수정 과정을 거쳐 별도 검색 엔진을 도입하고, 복잡한 도메인 속에서도 빠른 이슈 감지를 위해 장치를 심어두고, 적절한 신호를 감지하여 필요한 서비스 분리를 실행하는 등 모두 담을수도 없는 이 성과들은 팀원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논의, 실행력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주간 회의에서 이루어지는 치열한 논의, 다른 개발팀에서 조언을 구할 정도로 보장된 품질의 코드 리뷰, 귀찮을 법도 하지만 안 좋은 냄새를 빠르게 발견하기 위해 팀 내에서 이루어지는 공유 규칙 등 팀의 문화 측면에서도 감히 뿌듯하게 생각해본다.

팀원들은 나를 그리고 서로를 신뢰하고 좋은 결과로 보답했지만, 팀장으로서 나에게 스스로 아쉬운 점은 또 다른 나로 누군가를 더 성장시키지 못한 부분인 것 같다. 즉, 내가 아니어도 백엔드 팀의 기술적 논의와 더불어 팀의 일을 관리하고 서비스의 방향과 함께 갈 수 있는 누군가를 성장하도록 도왔어야 했다. 이 부분을 마무리하고 나오지 못한 듯하여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내가 이 역할 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자극을 주고, 또 필요한 고민과 적극적인 실행력으로 서비스의 성장에 함께 기여했던 팀원들에게 정말 감사하며, 그들과 함께한 경험이 오랜 시간 나의 고민의 선택 기준이 될 것 같다.

Happy BE, weekly meeting
Happy BE, team lunch

서비스의 성장을 시작부터 경험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일해 본 몇 번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서비스의 성장을 충분히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런 관점에서 배민 베트남 서비스를 처음부터 빌드하며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에 직접 참여한 것은 나에게 의미있는 가치를 많이 남긴 것 같다.

배달서비스의 기본적인 기능에 집중했던 시절에는 ‘우리가 가져가야 할 것’은 무엇이며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서비스를 오픈하고 성장하며 회사 내에서도 다양한 조직과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생겨났고, 결국 서비스의 더 나은 성장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어떻게 일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절도 있었다. 해결해야 하는 혹은 개선해야 하는 문제가 너무 많아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역시 치열하게 현재 진행 중이다.

물론 급격한 성장은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내며,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관과 어긋나는 결정들을 보며 혼자 끙끙 앓았던 적도 많다. 회사도 성장통을 겪는 것이며 또는 회사는 필요한 결정을 내린 것에 개인적인 가치관을 너무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다독였던 시간이었겠다. 중요한 건, 흔치 않은 이 치열한 성장 과정속에 직/간접적으로 함께했던 시간들의 가치는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다.

우아한 형제들 베트남에서 일 하면서 스스로 어떤 기록을 했었나 돌아본다.

아직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정리해보고 싶은 주제 또한 기록해본다.

  • 홈 성능 개선 과정: 데이터 구조, 서비스 분리, 캐싱 전략
  • 검색 성능 및 정확도 개선 과정
  • 결제 관련 외부 서비스 의존성 개선 과정: 각 결제 서비스마다 다른 인터페이스를 비즈니스 로직에 일관성 있게 적용하기
  • 프로모션 관련 외부 서비스 의존성 제거 과정: 단계 별 기능 마이그레이션
  • 분산 시스템: 서비스 분리 신호와 그 과정
  • 팀이 함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 것 그리고 아쉬운 것

처음 우아한 형제들 베트남에 함께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팀장의 역할은 예측하거나 기대하지 못했다. 나도, 아마 나를 설득한 현재 CTO도 그랬을 것이다. 그저 매력적인 프로덕트와 동료에 대한 기대로 어떻게든 잘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뿐이었으니. 약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기대했던 경험과 기대하지 못했던 경험들이 어우러져 나를 성장시켰다고 믿고 싶다.

“It’s difficult to find some manager like you who can discuss technical things and can manage team well.”

팀원들과 마지막 1 on 1 미팅에서 이런 말을 들었고 떠나는 미안함과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해가 지날수록 자꾸 눈물이 많아진다 젠장. 마지막으로 베트남이라는 낯선 땅에서 많은 것을 함께 나눈 모든 동료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 즐겁게 만날 수 있기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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